[안보칼럼] 북한의 우-러 전쟁 참여와 그 시사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여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으며 이에 따라 이 전쟁은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은 단지 두 국가 간의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동서양을 잇는 지정학적 중요성과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적 감정이 어우러진 복잡한 배경을 근거로 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우크라이나 지역은 바이킹의 일파인 바랑족의 ‘키예프 루스’가 자리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랫동안 몽골과 투르크족의 압박으로 인하여 역사적 굴곡을 겪었고 유럽의 열강에 의해 분할과 합병을 거듭하였다. 한때 러시아혁명의 혼란기를 틈타 독립을 선언하였으나, 이후 또다시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들에 의해 분할되었다. 그리고 2차대전이 종료된 후에는 소련연방의 일원으로서 공산주의 체제의 통치를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통치 하에 있으면서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소련의 강압적인 통치체제로 말미암아 많은 고통을 받았다. 탈냉전기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혼란을 이용하여 우크라이나는 1991년에 독립을 선언하긴 하였지만, 독립국가연합의 일원일 정도로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성향이 점차 확장되면서 반러시아적 성향이 점차 강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영토 내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민족과의 마찰이 발생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2014년에 흑해에 연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주민투표라는 형식을 통해 합병하였으며 같은 해에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이 연계된 돈바스 전쟁에 참여하여 우크라이나와의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하였다. 이후 2022년까지 저강도의 교전이 펼쳐졌으며 전선은 큰 영토의 변화 없이 교착상태가 유지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의 전면적 대규모 침공은 국제적인 시선과 관심을 받았으며 세계 각국은 전쟁의 향방에 대한 영향력 분석에 고심하게 되었다.
최초 전쟁 발발 시에는 러시아의 압도적인 전력으로 인하여 단기간 내 종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장기전의 양상을 띠기 시작하였으며 양 국가는 막대한 피해를 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군에서는 탈영병이 다수 발생하고 징집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북한이라는 카드를 생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라는 동양의 폐쇄적인 국가가 우-러 전쟁에 참가한 사실은 국제사회에 있어 놀랄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한은 국경개방은 물론이고 대외활동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적인 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북한 정권이 이와 같은 결심을 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23년에 들어와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비공식적인 소식들이 들어오면서 북한이 우-러 전쟁에 있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의문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쇼이구가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전승절 기념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하면서 현실화되었으며 이후 2014년 6월에 푸틴이 방북하여 러-북 간에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으면서 기정사실화되었다.
2024년 10월 16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에서 북한군의 참가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연이은 18일에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이 우-러 전쟁에 참가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하였다. 그리고 5일 후인 23일에는 미국의 오스틴 국방장관이 러시아군 내의 북한군 존재를 언론을 통하여 인정한 바 있다. 그동안 북한은 13,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통하여 각종 군사장비와 전쟁물자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여기에는 포탄 천만 여발 이상은 물론 미사일, 각종 로켓 등 주요 화기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그동안의 국제적 제재로 인한 자국의 심각한 경제난과 외부 세계의 문화적 압박으로 인한 취약한 사회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다음 몇 가지의 이익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정권을 공고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국방 및 경제 분야에 있어서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의 범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인하여 인민경제 전체가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그리고 핵 및 장거리 미사일 분야 개발에 과도한 예산을 쏟아부음으로써 주민들의 생활은 나락에 처해있다. 또한 과거 전통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중국을 통한 경제활동도 주춤해 있음으로써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얻는 한편,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군사 및 핵/미사일 분야에서 러시아의 첨단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대 첨단 전투에 대한 북한군의 실전 경험을 얻고 자체 개발 무기에 대한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그동안 폐쇄적인 국가적 환경에서 내부의 열악하고 낙후된 훈련 방식을 통하여 현대전과는 유리된 전력 증강을 꾀해왔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으로 인하여 자체적으로 개발한 각종 무기들에 대한 충분한 성능 테스트가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우-러 전쟁에 대한 참전을 통해 북한군의 병력과 장비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한편, 실전적인 경험을 축적하여 전 북한군에 이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쟁 상황 조성을 통한 주민들에 대한 내부적 통제강화이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전역을 휩쓸고 있는 경제적 핍박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정권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통하여 유입된 외부사조로 인하여 불만의 씨앗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군의 우-러 전쟁의 참여는 주민들로 하여금 전시상황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을 주는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에 대한 적개심을 일깨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전형적/전통적 독재자의 내부통치 방식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북한을 둘러싼 안보 위협을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은 UN 및 다수의 국가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형성되고 있는 한-미-일 안보 네트워크는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강력한 군사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러-북 동맹은 물론 이를 중국으로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이와 같은 북-중-러 동맹을 한-미-일에 대항시킴과 동시에 한반도 유사시 정권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우방국과의 협력 강화라 말할 수 있는데, 특히 전통적 한미동맹을 더욱 긴밀하고 강하게 결속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러 전쟁에 대한 면밀하고도 체계적인 전장 관측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각종 전투 장비와 병력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강화에 적극 동참하고 선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우-러 전쟁 참가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를 우리의 안보와 연계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konas)
장광열 :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정치학 박사)